고온, 건조에 강한
황금고구마 생산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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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 건조에 강한 황금고구마 생산
- 한중일 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 -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

“저는 식물생명공학 특히 고구마 연구를 통하여 우리 인류가 당면한 환경, 식량, 에너지, 보건에 기여하고자 하는 연구자입니다. 지구라는 공동운명체가 겪고 있는 이 문제를 고구마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는 1960년대 보릿고개를 겪던 시절에 초등학교를 다녔어요. 주변에 가난하고 밥을 못 먹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농촌을 잘 살게 하고 식량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스스로 농대를 택해서 갔어요. 동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1990년에 귀국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식물이 생산하는 항암물질 같은 돈 되는 연구를 했었어요. 하지만 출연연구소의 연구자로서 미래지향적인 역할과 책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점차 들었죠. 1995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최연소 책임연구원이 되면서 21세기에는 환경과 식량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미래지향적인 방향성으로 일관된 연구 철학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싶었죠. 그게 고구마였습니다.

처음 제가 고구마를 택했을 때 제 주변 사람들은 왜 저러나 의아해했죠. 지금 와서는 그때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되묻습니다.(웃음) 고구마는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 최고의 식량 작물입니다. 건강에도 좋지만 척박한 기후에도 잘 자라고 사막화 방지에도 큰 역할을 합니다. 농약도 거의 쓰지 않아도 되고, 모든 부위를 다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곽상수 박사는 고구마에서 스트레스에 견디는 항산화 유전자를 발견하고, 사막화 방지 및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연구 기반을 조성하는 등 한국 과학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정되고 2017년 과학기술훈장 혁신장까지 수훈했다.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세월 차근차근 기반을 닦아온 그다. 해외 연구자들과 지구적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그는 일관된 연구 철학으로 신뢰를 쌓아왔다.

그는 한중수교 직전인 1992년 6월 제1차 중국기술조사단(전통 동양약물 분야)에 참가하면서 이웃나라와 협력의 중요성을 느끼고, 사막화 방지 공동연구 등을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2008년 한중정상회담에 체결된 MOU를 근거로 이듬해 ‘한중사막화방지생명공학공동연구센터’를 설치하고, 2012년에는 한중일고구마연구협의회, 2016년에는 한중일식물생명공학연구협의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들 협의회에서는 공동 심포지엄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세계의 과학자들과 연계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나 한중일의 협력에는 한국연구재단 국제협력사업의 지원도 일조했다.
국가간협력기반조성사업과 연계한 덕분에 고온, 건조에 강하면서 카로티노이드를 많이 생산하는 황금고구마 생산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나아가 카자흐스탄, 튀르키예에 고구마 재배를 위한 협력연구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연구자에게도 연구 철학이 필요하지만 연구자들을 지원할 때에도 미래지향적이고 장기적인 안목과 철학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제가 오랜 기간 한 분야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국제협력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지요. 국내외의 글로벌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진정한 국제협력이 되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선진국과의 교류뿐 아니라 개도국, 이슬람권 국가와의 과학기술 협력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일례로 2013년부터 카자흐스탄의 식물생명공학연구소 등과 협력하여 고구마 품종 개량 연구 등 실질적인 연구협력을 하고 있지만 연구비 지원이 없어 아쉽습니다. 남한의 27배에 달하는 카자흐스탄의 남부지역은 고구마 생산에 매우 적합한 기회의 땅입니다. 그런 지역에 국내 기업이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앞으로 한국연구재단의 국제협력사업이 가교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에 적합한 인재를 키우는 일부터 차근히 한다면 성공적인 결과는 반드시 따라올 겁니다.”

그의 연구실 한쪽 벽에는 한국 과학기술의 기틀을 세운 고 최형섭 KIST 초대 소장의 묘비에 적힌 ‘연구자의 덕목’이 걸려 있다.
‘시간에 초연한 생활연구인’이 되기 위해 묵묵한 걸음을 걸어온 그는 자신이 선배 과학기술인의 정신을 계승하려고 노력했듯 후배 과학자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학자로 남고 싶다 말한다.
하지만 몸소 고구마 외길을 걸어온 그는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정년 이후에도 과학기술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령 한중수교 30년이 지난 현 시점에 한중과학기술협력에 대한 백서가 나온다면 이를 토대로 미래 30년의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분명 보탬이 될 것이다.
그 일환으로 곽상수 박사는 과학 강연이나 멘토링, 저술 활동 등으로 은퇴 후에도 과학자로서 쌓아온 경륜을 후배 과학자들과 나누고 국민들에게 고구마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에 힘쓸 계획이다.
또한 국제협력 과제의 자문이나 평가에 힘을 보탤 일이 있다면 발 벗고 나서고자 한다.

30년 전부터 지금의 기후위기와 식량문제를 고민해왔던 그는 여전히 출퇴근할 때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4층 연구실은 계단으로 오르내린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연구하는 학자로 살아오며 체득한 오랜 습관이다. 이렇듯 그의 몸에 밴 학자로서의 양심과 진심이 그를 한 분야의 선두로 이끌었을 것이다. 굶주리던 시대를 개척하기 위해 척박한 땅에 고구마를 일구는 일을 연구하기 시작한 곽상수 박사가 이제 전 세계 식량문제의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세계의 과학자로 우뚝 선 것이 놀랍지 않았다.

“연구자라면 글로벌 시대에 기여할 수 있는 꿈을 하나 가지고 긴 호흡으로 도전해봐야 해요. 눈치 보지 말고 과학자의 길을 제대로 가야죠!”

본 원고는 [한국연구재단 국제협력사업의 주요성과](p16~20)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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