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학술출판 예방과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
(SAFE)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오픈액세스센터장
책임연구원 김완종, 문헌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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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학술출판 예방과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 - 연구자 스스로 부실 학술 활동 예방을 위한 관심 필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오픈액세스센터장 책임연구원 김완종, 문헌정보학 박사

    학회나 학술지 등으로 대표되는 학술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세계적으로 최초의 학회는 1660년 영국 국왕 찰스 2세가 공인한 ‘런던왕립학회(the Royal Society of London)’이며, 최초의 학술지는 1665년 프랑스에서 발행된 “Journal des sçavans”와 영국에서 발행된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인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로부터 약 200여 년이 흐른 1869년에는 “Nature”, 1880년에는 “Science”가 창간되었으며, 현재 전 세계에서 출판, 유통되는 학술지는 약 30만 종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학술논문의 수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학술지 종수와 논문 수의 증가는 Elsevier, Springer, Wiley 등과 같은 전통적인 구독료에 기반한 상업 학술출판사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형태의 상업 출판사는 영세 학회나 출판사의 학술지를 인수·합병하거나 신규로 창간하면서 그 규모를 키웠으며, 학술 생태계는 급속한 상업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연구자가 작성한 논문의 저작권을 출판사가 소유하게 되면서 저자는 출판된 자신의 논문도 구독 권한이 없으면 열람할 수 없게 되었다. 상업 출판사는 연구자의 학술적 성과(논문)에 해마다 높은 인상률의 구독료를 받음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확보하게 되었으나, 정작 연구자들은 자신의 명성이나 논문의 피인용 수가 증가하는 것 이외의 다른 혜택은 받지 못하는 불평등한 관계가 굳어지는 현상이 팽배해졌다.
    미국과 캐나다가 포함된 북미지역 125개 연구 도서관이 소속되어 있는 연구도서관협회(Association of Research Libraries, 이하 ARL)가 1986년부터 2004년까지 18년 동안 물가 상승률과 학술지 구독 비용 등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인 물가인상률은 약 90%였던데 반해, 학술지 가격은 그 두 배인 약 188%, 학술지 구입비용은 그 세 배 이상인 약 273% 증가하였다. ARL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학술지 위기(Serials Crisis)라고 표현하였다(<그림 1> 참조)1). 즉, 북미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학 및 연구 도서관은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구독 중이던 학술지 일부를 구독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매년 겪고 있으며, 상업 출판사와의 구독료 협상을 위한 줄다리기와 특정 출판사의 학술지 구독을 거부하는 사례도 거의 매년 보고되고 있다. 저자이자 독자인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학술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상업 출판사가 지속해서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림 1> 연구도서관협회(ARL)의 학술지와 단행본에 대한 인플레이션(Davis, 2009)

    2002년 2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모인 연구자, 사서, 학술지 편집인 등은 학술지의 과도한 상업화와 구독료 인상에 대항하고 연구자가 주축이 된 새로운 학술정보 유통 모형인 오픈액세스(Open Access, 이하 OA) 선언(Budapest Open Access Initiative, 이하 BOAI)이 있었다. OA는 기존의 상업 출판사가 이용자가 학술정보를 온라인으로 무료 접근할 수 있고, 합법적으로 자유롭게 다운로드, 복제, 보급, 인쇄, 검색, 링크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재정, 법률, 기술 장벽을 없앤 개념이다. BOAI 이후 OA에 대한 실천과 비즈니스 모형 등에 관한 연구가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OA는 크게 Green OA와 Gold OA라는 두 가지 색상으로 그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첫째, Green OA는 구독 기반 학술지에 출판된 논문 또는 동료심사 전 원고(Pre-print)나 동료심사가 완료된 저자의 최종 버전(Post-print)을 출판사 정책에 따라 저자가 자신의 누리집이나 OA 저장소(Repository)에 자율적으로 기탁(Self-archiving)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Gold OA는 학술지 또는 학술논문이 OA임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저자 또는 저자의 소속기관이 논문 출판 비용(Article Processing Charge, 이하 APC)을 지불하여 출판과 동시에 전 세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구독료 기반의 학술지이면서 APC를 지불하면 출판 즉시 자유롭게 논문을 이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학술지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OA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학술출판 시장의 상업화는 계속 심해지고 있기에 세계 각국의 정부기관을 비롯한 연구자와 도서관계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학술 논문을 의무적으로 오픈액세스로 유통해야 한다는 제도 마련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 연합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Plan S2)” 는 2018년 9월 시작된 오픈 액세스 출판 이니셔티브로 2021년부터 국가, 지역 및 국제 연구 위원회 및 자금 지원 기관이 제공하는 공공 또는 민간 보조금으로 자금을 지원받은 연구 결과에 대한 모든 학술 간행물은 Plan S의 10가지 규정을 준수하는 오픈 액세스 저널 또는 OA 저장소에 출판과 동시에(엠바고 없이), 완전하게 게시해야 하는 정책을 마련하였다. 또한, 2022년 8월 25일 미국 백악관의 과학기술정책실(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이하 OSTP)은 연구자금을 집행하는 연방 부처와 기관들에 대해 2025년까지 미국 연방정부의 자금을 지원받아 수행된 R&D 논문을 엠바고 없이 즉시 대중에게 무료 공개하는 공공접근정책(Public Access)을 마련하라는 정책권고안(Memorandum)을 마련하였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문서에 서명하고 공표하였다. 2013년도에 작성된 지침(2013 Memorandum3))은 연간 R&D 기금이 1억 달러 이상 기관에 대하여 12개월의 엠바고 기간이 존재했으나 이 권고안에 따르면 이마저도 모두 폐지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2018년 7월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는 독일의 공영방송인 NDR(Norddeutscher Rundfunk)을 비롯한 18개국 23개 언론사와 국제 공조 취재로 부실 학술단체인 와셋(WASET) 문제를 심층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연구계에서는 와셋, 오믹스(OMICS) 등으로 대표되는 부실의심 학술단체가 주관하는 학술행사 참석과 부실의심 학술지(또는 약탈적 학술지, Predatory Journal)에 논문을 출판하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채용, 승진, 포상 등의 주요 평가 기준으로 활용되는 연구 성과에 대한 부담을 가진 연구자의 약한 고리와 EU, 미국의 OA 의무화 정책의 틈새를 파고드는 이른바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 또는 부실의심학술지의 출현과 증가는 우리나라 연구계에 부실학술활동뿐만 아니라 같은 분야 연구자 사이의 갈등을 유발시키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부실의심학술지는 "1) APC가 타 학술지에 비해 저렴하다. 2) 논문 투고부터 동료심사와 출판에 이르는 과정이 매우 신속하다. 3) SCIE, SCOPUS 등 해외 유명 색인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었다. 4) 학술지 영향력 지수(Journal Impact Factor, JIF) 값은 얼마다."라는 등의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출판하지 않으면 도태된다(Publish or Perish)"는 부담을 가진 연구자를 현혹하며 그들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이런 출판사 또는 학술지는 투명하고 엄격해야 할 동료심사과정을 무시하거나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부정한 방법을 통해 영리를 추구하며, 수준 낮은 OA 학술지를 양산하고 있다. 그럴 뿐만 아니라 학계 일부에서 제기하는 'OA 학술지는 논문의 품질이 낮다'라는 오명을 씌우는 데 일조하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나라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약탈적 학술지와 출판사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논란의 중심에 있는 M 출판사는 국제적으로 연구자들 사이에 약탈적 출판사이냐 아니냐를 두고 수년째 지속적인 논쟁에 휩싸여 있다.
    <그림 2>는 이 출판사의 연도별 논문 수를 Web of Science에서 검색한 결과다. 2017년 31,396편에 불과하던 논문수가 5년이 흐른 뒤 그 5배에 가까운 288,580편의 논문이 출판된 것으로 나타난다.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용색인데이터베이스인 Web of Science에 등재된 학술지인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 2> Web of Science의 연도별 M 출판사 논문수(2023.05.15. 기준)

    하지만 이 출판사의 I 학술지는 편집위원의 수가 1,920명이며4), 2023년에 16,227편의 논문을 출판5)하였다. 2020년 이 출판사가 발표한 기사에 의하면 논문 거절률이 57%6)라고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2022년에 I 학술지에는 약 3만8천 편의 논문이 투고되었을 것이며, 연인원 최소 약 7만6천 명의 동료심사자가 필요한 수치다. 이 학술지의 2023년도 APC는 2,500CHF(스위스 프랑)으로 약 370만원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APC가 다소 비싸더라도 논문을 빠르게 출판하려는 연구자가 어떤 나쁜 행위를 저질렀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APC를 받아 운영하는 상업 OA 출판사가 그 출판 논문수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행위가 곧 부실 학술지임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학술지의 편집위원장(Editor in Chief, EIC)은 최종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2천 명에 가까운 편집자는 어떤 기준으로 논문 심사 결과를 판정하며, 8만 명에 가까운 동료심사자는 어떤 기준으로 논문을 심사하는 것일까?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야 매우 엄격한 심사와 판정 과정을 거쳐 약 40일 이내에 출판이 가능한지 연구자인 필자로서도 매우 궁금한 사항이다.
    SCIE, SSCI, A&HCI 학술지에 등재되기까지 규정과 절차를 잘 지키며 논문 출판량을 조절하다 등재지가 된 이후 논문 출판량을 증가시킨다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 출판사는 투고된 논문의 품질뿐만 아니라 동료심사자의 심사 내용과 편집인들의 철저한 교육과 품질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가 과학기술 정보 전문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하 KISTI)은 OA를 확산시키고, 부실 학술활동을 예방하기 위하여 해외 주요 관련기관 벤치마킹과 새로운 학술 정보 유통 모형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그 결과 중 하나로 연구자가 부실 학술지에 출판하거나 부실 학술행사에 참가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인 SAFE(https://safe.koar.kr)를 개발, 운영하고 있다.

<그림 3>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의 첫 화면

    SAFE를 통해 연구자는 부실로 의심되는 학술지나 학술행사의 정의와 특징, 체크리스트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KISTI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20만 종 이상의 학술지 정보와 140만 건 이상의 부실 학술행사를 검색해볼 수도 있다. SAFE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연구자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학술지와 학술행사는 신고와 토론 기능을 활용하면 SAFE 내부 검토를 거쳐 회신을 받을 수도 있다. SAFE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부실로 의심되는 학술지 가운데 SCIE나 SCOPUS에 등재된 학술지도 일부 존재하고 있다.
    검색창에 학술지명이나 ISSN을 입력하면 검색결과 목록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학술지명이나 출판사 등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학술지를 클릭하면 학술지 상세화면으로 이동한다. 학술지 상세화면에서는 학술지명, 출판사, 주제어, ISSN7), 학술지 홈페이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4> 참조).

<그림 4> SAFE의 학술지 상세보기 화면 예

    해당 학술지가 부실의심학술지로 어떤 기관이나 연구자에 의해 검토요청이 들어온 경우 버튼-SAFE 검토결과 Beta 를 클릭하여 SAFE 검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5>에서처럼 투고시점부터 출판까지의 기간이 짧은 경우는 부실의심학술지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므로 연구자가 해당 학술지 투고 시 미리 확인 후 투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림 5> SAFE저널 검토결과(예시)

<그림 6>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 소개 화면(예)

    학술출판 생태계에서 어찌 보면 연구자는 “을”의 위치에 있다. 많은 경우 자신이 작성한 논문의 저작권을 출판사나 학회에 양도해야만 하고, 익명의 동료연구자로부터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하며, 편집인이 원하는 형식과 내용을 잘 이행해야 논문을 출판할 수 있다. 약탈적 학술지는 오픈액세스라는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다. 연구자에게 가장 취약한 고리, 즉 취업과 승진 등을 앞둔 연구자들에게 손쉬운 연구실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유혹한다. 이러한 유혹에서 벗어나야만 힘들게 이뤄낸 자신의 연구성과를 보호하고 사장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1) P. Davis. JUN 1, 2009. The Consumer Price Index and the Argument for OA.
    The Scholarly Kitchen. https://scholarlykitchen.sspnet.org/2009/06/01/consumer-price-index-oa/.
2) https://www.coalition-s.org/
3) Memorandum on Increasing Access to the Results of Federally Funded Research (2013 Memorandum)
4) https://www.mdpi.com/journal/ijms/editors (2023년5월15일 인용)
5) https://www.mdpi.com/1422-0067/23
6) https://www.mdpi.com/anniversary25/blog/about-mdpi
7) 국제표준연속간행물번호(International Standard Serial Number, ISSN)
한국연구재단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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