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메인으로

구독신청 독자의견

스토리R

연구와 시장을 잇는 미드필더,
인공지능 시대의 인프라를 연결하다
주식회사 파네시아 정명수 대표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자의 연구 여정을 돌아보며, 그 속에서 탄생한 주요 성과와 과학기술이 열어갈 미래를 그려봅니다.

“떡국 레시피 알려줘.”, “내용 요약해 줘.” 일상 속 궁금증이 생기면 인공지능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우리가 클릭 한 번으로 쓰는 대규모 인공지능 서비스 뒤편에서는 방대한 데이터와 연산이 오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똑똑해질수록, 빠르고 효율적인 인프라가 필요한 이유는 점점 분명해지고 있죠. 1월호 스토리R에서는 새로운 연결 기술로 인공지능 인프라의 구조를 설계하는 정명수 대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 선정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상

Chapter 01 인물탐구

정명수1979년생 소속 파네시아/한국과학기술원 주요경력
  • 2022.08. ~ 현재
    주식회사 파네시아 대표
  • 2019.02. ~ 현재
    KAIST 전기·전자공학부 석좌교수
    (부교수·정교수 역임)

Chapter 02 나무가 아닌 숲을 보겠다는 의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낯설게만 느껴지던 인공지능. 어느새 일상 전반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요. 이처럼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이전부터 대규모 컴퓨팅 시스템에서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던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여러 장치와 자원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활용하는 것.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는 연산 자원과 메모리가 분산되어 통신 지연 및 메모리 접근 병목 문제가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이죠. 정명수 대표는 이러한 한계를 보며 개별 장치 성능을 향상하는 것만으로는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의 문제의식은 컴퓨팅 시스템을 넘어 인공지능까지 닿게 되죠.

㈜파네시아 정명수 대표(좌측)

정 대표는 AI 및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 필요한 연결 기술을 중심으로 치열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장치가 함께 작동하는 대규모 시스템에서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데요. 여기서 연산 성능 향상뿐 아니라 자원 접근 방식과 연결 구조가 전체 시스템 효율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널리 활용되는 대규모 AI 서비스는 많은 양의 연산과 메모리를 요구합니다. 단일 장치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렵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는 여러 장치를 묶어서 사용하는데, 기존 방식은 CPU·GPU·가속기·메모리 비율이 고정되어 실제 활용에 맞게 조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지점에서 새로운 연결 기술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Chapter 03 AI 인프라 병목 현상,
‘연결’에서 답을 찾다

정명수 대표 연구팀은 CPU·GPU·가속기·메모리 등 서로 다른 장치를 필요에 따라 비율을 자유롭게 조합해 쓸 수 있는 모듈형 AI 데이터센터 구조를 설계합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장치 간 연결 방식, 연계(링크) 및 장치 간 위상 등을 소개한 설계 가이드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차세대 연결 표준인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시스템 장치들을 서로 다른 노드*에 분리·관리하는 링크 기술은 주목할 만한데요. 이외 효율적인 시스템 구성과 사용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UALink*, NVLink*와 같은 가속기 중심의 연계 기술, HBM 반도체 기술을 통합한 종합형 연결 기술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필요한 성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여 궁극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운영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죠.

노드 :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최소 단위 UALink : Ultra Accelerator Link, 인공지능 가속기 간 고대역폭, 저지연 통신을 위한 개방형 표준 상호연결 기술 NVLink : 엔비디아의 고속 그래픽 처리 장치 간 통신 기술


  • CXL Compute Express Link.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에서 CPU와 함께 사용되는 GPU, 메모리, 저장장치 등
    다양한 컴퓨팅 자원을 고속·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
모듈형 AI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설계를 위한 종합형 연결·반도체 기술

나아가 정 대표의 AI 인프라 연결 기술은 CES 2025 혁신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는데요. 이른바 그래픽처리장치 메모리 확장키트(CXL-GPU) 기술은 AI 가속기의 메모리를 확장하는 연결 기술입니다. AI 가속기나 GPU의 메모리가 부족할 때 값비싼 GPU를 구매해 메모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로 집적된 메모리 장치를 필요한 만큼 GPU에 직접 연결하는 기술이죠.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대규모 AI 시스템을 구축할 때 불필요한 GPU 구매를 최소화해 구축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 메모리 확장키트(CXL-GPU) 기술은 실제 저지연 컨트롤러나 설계자산이 없으면 접근할 수 없는 솔루션입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저희 패브릭 컨트롤러가 가장 큰 차별점이자 혁신 포인트라고 볼 수 있죠.”

AI 가속기 메모리 확장 솔루션

Chapter 04 연구와 산업을 잇는 미드필더

정명수 대표의 책상 위에는 두 장의 명함이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주식회사 파네시아, 다른 하나는 한국과학기술원 CAMEL*이 적혀 있죠. 그는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며 원천기술을 개발, 국제 표준화 활동,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CAMEL : 컴퓨터 아키텍처 및 메모리 시스템 연구실

“연구실에서 축적한 기술을 실제 산업 환경으로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성능 반도체 제품 개발에는 연구실 차원을 넘어선 공정과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에 기술의 산업적 가능성을 더 현실적으로 검증하고, 관련 생태계에 기여하고 싶어 2022년 8월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파네시아 임직원 단체사진
연구실 단체사진

정 대표는 새해를 맞이하고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초 파네시아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거든요. PCIe 6.4/CXL 3.2 기반 패브릭 스위치를 적용한 노드는 ‘전 세계 최초이자 유일’이라는 수식 어구가 따라붙는 기술입니다. 해당 칩은 자유로운 위상 구성과 모듈형 장치 등을 조립식으로 구성, 이들 간에 데이터 공유를 제공하는 패브릭 스위치라고 합니다.

파네시아 PCIe 6.4/CXL 3.2 기반 패브릭 스위치

회사와 연구실을 오가며 열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원천에 대해 묻는 말에 그는 주저 없이 ‘주변의 응원’이라 전했는데요.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해주는 분들의 성공을 향해 묵묵히 걸어 나갈 수 있었다죠. 거창한 비전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생각은 실험실과 현장을 오가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가 만든 연결은 기술과 사람, 그리고 미래를 함께 잇고 있습니다.

속닥속닥! 못 다한 이야기 연구자 TMI

  • 2026년 첫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새해를 시작하며 큰 상을 수상해 뜻깊습니다. 이번 수상은 그간 함께 연구하고 고민해 온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입니다. 제가 해온 연구가 연구실 구성원들과 동료 연구자, 그리고 산업계에서 협력해 주신 분들의 노력과 신뢰 위에서 가능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함께 성장하고 배우는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 한 해를 시작하는 포부와 함께 대표님의 근황도 전해주세요. AI 인프라 연결 기술의 한 축인 패브릭 스위치 제품에 대해 실리콘 구현을 마친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련 기술을 적용한 초기 실리콘이 산업계 협력 파트너들을 중심으로 공유되면서, 감사하게도 많은 관심과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새해엔 산업계와의 기술 협력과 향후 상용화를 위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전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동안의 연구 결과가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배우고, 저와 같이 해주시는 분들의 성공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또한 데이터센터 연결 기술과 관련된 생태계를 차분히 확장하며, 기존 연구를 보다 실용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 한국과학기술원 교원창업기업, 파네시아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링크 기술과 솔루션 개발을 통해 다양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AI 인프라 구조를 개선하고, 젊은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할 뿐 아니라 의미 있는 성공을 이끌어내는, 그리고 그 공유를 통해 다방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 속 필요한 전략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대규모 AI 응용 환경에서는 각 장치의 개별 성능뿐 아니라 이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링크 반도체와 링크 설루션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았지만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하는데요. 저희는 이제 시작하는 시점이라 이 부분에 대해서 이해가 조금 부족할 수 있으나 올바른 링크 기술 연구 및 개발은 대규모 시스템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해당 분야에 관한 지속적 연구가 이어진다면 국가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중·단기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꾸준한 기술 축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AI 반도체 분야에서 미래 엔지니어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AI 반도체 분야는 기술적 난이도와 함께 협업의 중요성이 매우 큰 분야입니다.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신뢰와 소통이 각자가 원하는 결과를 성취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기술뿐만 아니라, 어떻게 협력하고 의견을 조율할 것인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람과의 관계가 연구와 창업 모두에서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