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리포트
세계는 지금: 로봇의 ‘한 수’
국내외 연구 현장에서 포착한 변화의 흐름과 이슈를 한 자리에서 읽는 시간. 트렌드리포트에서는 매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의 연구 개발 흐름과 주요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국내외 연구 현장에서 포착한 변화의 흐름과 이슈를 한 자리에서 읽는 시간. 트렌드리포트에서는 매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의 연구 개발 흐름과 주요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로봇은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까?” 영화 속 로봇은 늘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과거 막연한 상상에 머물렀던 질문은 이제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장, 병원, 물류 현장 등 인간의 삶 속에서 로봇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닌 핵심 주체로 등장하고 있거든요. 수많은 연구가 축적되는 현시점에서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로봇의 ‘한 수’를 살펴봅니다.
이달의 트렌드리포트
로봇이라는 용어는 기술 이전에 이야기로 먼저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1920년, 체코 프라하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 희곡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은 인간을 대신해 노동하는 인조인간의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작품에서 처음 사용된 ‘로봇(Robot)’이라는 단어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비롯되었는데, 그 뜻은 다름 아닌 ‘강제 노동’입니다. 이름부터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존재로 태어난 것이죠. 이후 로봇은 오랜 시간 공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상징으로 자리해 왔습니다. 공장에서는 단순 반복 작업을 맡았고, 위험한 현장에서 사람 대신 투입되었죠. 이때 로봇의 역할은 명확했습니다.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하는 기계’였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축적되면서 로봇은 조금씩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며, 스스로 움직이는 차세대 로봇이 등장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 스스로 사고하는 인공지능에,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신체를 더한 개념인 피지컬AI 기술로 진화한 셈이죠.
안내와 감시, 보행 보조, 가정용 서비스부터 제조와 물류, 자율주행에 이르기까지 로봇의 활동 무대는 일상과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로봇은 노동을 대체하는 존재를 넘어,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변화의 한가운데서 로봇은 새로운 선택을 시작하고 있는데요. 다음 장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포착된 로봇의 ‘한 수’를 따라가 봅니다.
로봇은 더 이상 공장 안에만 머무는 기계가 아닙니다. 사람 없이도 요리를 완성하고, 팔 뿐 아니라 몸 전체를 활용해 무거운 물체를 손쉽게 다루기도 하죠.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자동화 주방 로봇부터 생체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활용 영역과 기술 스펙트럼이 빠르게 확장되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단순 노동을 대체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로봇 기술을 살펴봅니다.
독일 푸드테크 스타트업 서커스 그룹(CIRCUS GROUP)은 사람의 개입 없이 재료 배분, 요리, 청소 및 포장이 가능한 완전 자동화 조리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서커스 오토노미 원(circus autonomy one, 이하 CA-1)’은 조리 비용과 식재료 낭비를 최소화하며, 시간당 350~450인분 조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CA-1은 헬리콥터로 운송 가능한 컨테이너 정도 크기 덕에 우크라이나와 군납 계약을 체결, 훈련 시설에 전술 식량을 보급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아울러 중국 베이징대학교 식품원료 공동조달센터와 MOU를 교환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대학생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는 데 활용될 예정입니다. CA-1은 이제 대량 생산 체계를 마련해 산업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 세계로 공급망을 넓혀가고 있는 주방 로봇이 상용화되는 미래가 머지않았음을 가늠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CIRCUS GROUP
※ 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265 ※ www.circus-group.com/articles/circus-defence-deploys-ai-robotics-with-ukrainian-ground-forces-acjx1
사람의 세포로도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요? 질문은 던져졌고, 미국 터브츠대와 하버드대 공동연구팀은 ‘앤스로봇(Anthrobot)’이라는 답변을 건넸습니다. 앤스로봇은 ‘인류(anthropo)’와 ‘로봇’을 합한 용어로, 뉴런(신경세포)을 따라 움직이며 손상된 부위를 치료하는 인간 유래 다세포 로봇인데요. 동물의 생체 조직을 이용해 전기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생체 로봇의 한 종류로, 이번 연구는 다른 생물의 세포가 아닌 사람 세포로 생체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 주목할 지점입니다. 연구진은 털 형태의 돌기(섬모)가 있는 체세포를 이용해 앤스로봇을 제작, 배양 접시에서 섬모운동을 통해 움직이면서 스스로 뭉쳐 새로운 세포 덩어리를 만들어 냈다고 하는데요. 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프로그래밍한다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세포들이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는 로봇처럼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뉴런을 배양한 접시에 인위적으로 상처를 내고 앤스로봇을 투입한 결과, 손상된 틈을 가로질러 움직이면서 뉴런이 재생되도록 만들었죠. 향후 앤스로봇 관련 데이터가 쌓이면 우리 몸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폭넓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0115210002656 ※ https://bit.ly/451WxZf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팔, 다리를 가지고 이족 보행을 하는 로봇으로, 걷기나 손 사용 등 사람 같은 움직임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요. 미국 매사추세츠 소재 도요타 연구소(TRI) 연구팀 휴머노이드 로봇이 온몸을 활용해 대형 물체를 다루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푸뇨(Punyo)’는 기존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어려워하는 물체를 들어 올리거나 잡는 등의 움직임을 수행해 냈는데요. 로봇 팔이나 로봇 핸드만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사람이 부피가 큰 물체를 팔과 가슴으로 안아서 잡듯이 온몸을 활용해 물체를 다뤘습니다. 또한 손과 팔, 그리고 가슴이 부드러운 재료와 촉각 센서로 덮인 소프트 로봇으로 물체의 접촉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에 물체와 로봇의 표면이 닿았을 때 마찰력을 증가시키고, 촉각 감지 능력으로 물체의 미끄러짐과 부딪힘에도 반응할 수 있어 화제입니다. 연구팀은 로봇이 크고, 무겁고, 다루기 힘든 물건들을 다룰 수 있는 하드웨어와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동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물류, 제조, 재난 대응처럼 신체 능력이 요구되는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 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출처: Toyota Research Institute
※ https://techxplore.com/news/2025-09-robot-bulky-humans-lesson.html ※ 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314
로봇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국가 차원의 전략과 연구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죠. 정부는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2024~2028)」을 통해 로봇 산업 육성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동 계획은 기술 개발부터 실증, 상용화, 산업 확산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며, 2030년까지 민관 합산 3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44%에 불과한 로봇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확보 체계를 마련, 로봇 핵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로봇 융합 과정 개설 및 산학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눈에 띄는데요. 이러한 정책 기조는 로봇을 단일 산업이 아닌, 제조·물류·국방·서비스 등 분야를 연결하는 핵심 기술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K-로봇 기술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연구 축적과 더불어 민관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 www.motir.go.kr/kor/article/ATCLf724eb567/210444/view#연구 현장에서는 기존 로봇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KAIST 유지환 교수 연구팀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소프트 그로잉 로봇’의 새로운 성장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단단한 구조를 전제로 한 기존 로봇과 달리 부드러운 소재를 기반으로 스스로 형태를 변화시키며 성장하는 소프트 로봇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특히 좁고 복잡한 공간·인체 내부처럼 기존 로봇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큽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성장 메커니즘을 통해 로봇의 이동과 적응 방식을 한 단계 확장했으며, 향후 의료·재난 대응·탐사 분야 등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정책이 방향을 제시하고, 혁신적인 연구가 기술의 깊이를 더하는 과정에서 국내 로봇 산업은 새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단순 노동을 대신하던 기계에서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된 로봇. 로봇이 내려놓을 다음 수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이번 달에 전해드린 트렌드 리포트는 Global Insight, NRF R&D Brief를 참고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에서 자료를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더 많은 연구 동향, 트렌드 소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NRF 정책도서관, 기획마루에 접속해 다채로운 간행물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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