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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이스

양자중력의 본질을 탐구하는
물리학자
연세대학교 이승주 교수

설레는 마음으로 구입한 소설책. 빳빳한 양장 표지를 지나 첫 페이지를 넘기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우리를 반깁니다. 세상을 바꿔갈 연구성과 이야기도 마찬가지인데요. NRF웹진 뉴-페이스에서는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로 떠오르는 과학자, 이제 막 새 이야기를 그려갈 신진 연구자를 만나 연구성과와 일상 이모저모를 들여다봅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앉은 자리에서 답을 찾을 때까지 질문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초등학생이 된 그는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면서 오랜 시간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즐거움에 매료되었고, 그렇게 차츰 수학의 언어로 물리현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요.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베일에 감춰진 양자중력*의 본질을 파헤치는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끈이론**’과 내부공간의 기하학을 활용해 극한환경에서 양자중력의 보편적 제약조건을 규명하며 젋은과학자상을 수상한 연세대학교 이승주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양자중력 : 중력을 양자역학적으로 기술하려는 이론 물리학의 한 분야. 끈이론(String theory) :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를 점이 아닌 진동하는 끈으로 설명하며, 중력을 포함한 모든 힘을 통합하려는 이론적 물리학의 한 분야.

#Prologue 오! 나의 연구이야기

  • 교수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부교수 이승주입니다. 저는 학부 과정으로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물리와 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 과정으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끈현상론’이라는 주제를 택해 2010년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고등과학원, 버지니아공대 및 CERN에서 9년 남짓 박사후연구원으로, 2020년 초부터는 5년가량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면서 ‘끈이론’과 ‘장론’을 연구했는데요. 2025년 3월부터는 연세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 교수님께서 수행하고 계신 대표 연구 분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관심분야는 이론물리학 중 고에너지물리학이며, 특히 양자중력의 관점에서 ‘끈이론’과 ‘장론’의 물리적 구조와 수학적 체계를 연구합니다. ‘장론’의 틀 안에서는 양자중력의 고에너지 물리현상을 정합적으로 기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장론’ 모델이 고에너지 ‘끈이론’의 유효장론모델(effective field theory)로 구현될 경우 양자중력의 장론적 기술을 고에너지로 온전히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합적 모델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 연구는 ‘끈이론’이 파생하는 수많은 유효장론모델을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정합적 중력현상의 보편적 특징 또는 제약을 밝혀내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양자중력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자 합니다.
  • 2024년에는 좋은 일이 많으셨던 걸로 들었습니다. ‘과기정통부 젋은과학자상’과 ‘ICBS 과학개척상’을 수상하셨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큰 상을 받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며, 앞으로 물리학 연구에 더욱 정진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연구했던 공동연구자들께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제 연구는 물론 연구자의 삶 자체에 대해 소중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며 함께 고민해주시는 고에너지 물리학계의 여러 선생님들과 동료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24 젊은과학자상 시상식
  • 교수님께서는 극한 환경에서 양자중력이론의 보편적 제약 조건을 규명하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본 연구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자연의 기본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 중 가장 약한 힘은 중력입니다. 사실 우리의 자연에서 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물리세계에서 중력이 가장 약할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약중력추측’이라 불리는 흥미로운 주장입니다. 약중력추측은 블랙홀에 대한 상향식 직관을 기반으로 처음 제시되었지만 저는 이 추측을 고에너지 양자중력이론의 관점에서 하향식으로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끈이론’의 틀 안에서 추측이 심각하게 위배된 상황, 즉, 전기력이 중력보다 훨씬 약한 극한 환경을 구현해본 결과 독특한 병리(pathology)가 수반됨을 확인할 수 있었고, 병리의 정량적 분석을 통해 약중력추측을 미시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결과에 고무되어 다음 단계로는 보다 일반적인 극한 환경을 ‘끈이론’의 틀 안에서 분류해보았는데, 놀랍게도 동일한 병리가 수반되는 미시적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중력을 포함한 유효장론모델은 파라미터공간의 극한 영역에서 특정한 보편적 점근현상(asymptotic behavior)을 드러낸다는 매우 강력한 주장을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 교수님의 연구는 초끈 이론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교수님께서 제안하신 연구 이론은 무엇인지 짧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Wolfgang Lerche, Timo Weigand 교수님들과 함께 제가 제시한 주장은 ‘끈발현추측’이라 불리는데요. 중력이 포함된 물리세계의 극한 상황에서 가벼운 끈이 발현되거나 새로운 공간차원이 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입니다. 이 주장이 강력한 이유는 극한 상황에서의 점근현상이 둘 중 하나로 규정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두 경우에 각각 끈의 양자진동모드 및 차원의 고유모드를 통해 가벼운 입자종이 양산되는데요. 극한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가벼운 입자종이 양산될 것이라는 추측은 이미 2006년에 제시되었던 바 있습니다. 저희들의 주장은 기존 추측을 강력히 뒷받침해줌은 물론, 가벼운 입자종이 양산되는 미시적 메커니즘을 이원화하여 규명하기 때문에 극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켜줍니다. 흥미롭게도 특정 시점 또는 관점에서 극한 상황을 상상한 후 끈발현추측의 두 가지 점근현상을 적용하면 현 시점이나 미래, 또는 일반적 상황에까지 유효한 보편적 제약을 도출해낼 수 있는데요. 이러한 관점에서 끈발현추측은 현상론적 모델구축의 지침이 됨은 물론 양자중력의 신비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String Phenomenology 2023 학회 만찬에서 Wolfgang Lerche, Timo Weigand 교수님들과 함께
    ICBS 2025 학회에서 최근 연구결과에 대한 소개

#Journey 연구자로 서기까지

  • 교수님께서는 언제부터 과학(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에서 운영하는 수학경시반에 들어가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면서, 오랜 시간 곰곰이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의 즐거움에 매료되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수학자가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수학자의 길이 외롭고 고될 수 있다는 막연하고 근거 없는 풍문을 접했고 마침 과학, 특히 물리학이 수학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물리학자가 되면 제가 좋아하는 수학을 공부하면서도 외롭거나 고되지 않은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요. 게다가 수학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감은 물론, 보고 듣고 느끼는 자연을 함께 이해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 물리학의 여러 줄기 중 ‘순수물리이론’ 분야를 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수학을 좋아했고, 수학의 언어를 통해 풀어가는 물리학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수학적으로 느껴졌던 분야가 순수물리이론이었는데, 여러 줄기 중 순수물리이론 분야에 자연스럽게 매료되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 이야기를 듣다보니 사뭇 학창시절도 궁금해지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초등학교 때는 장난끼 넘치는 외향적인 아이였습니다. 특히 궁금한 것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질문하고 대화를 나누며 해결하고 싶어하는 학생이었죠.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수학과 물리학에 매료되면서부터 궁금한 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는데요. 즉흥적으로 질문하고 대화하기 보다는, 혼자 깊이 고민한 뒤 질문거리를 모아서 선생님을 찾아뵙고 함께 고민하곤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계속해서 다음 단계의 수학과 물리학을 알아나가는 과정이 즐거웠고 자연스럽게 대학교 1, 2학년 교재의 일부를 미리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부 전공과목을 한두 학번 위 선배들과 함께 수강했는데, 그러다보니 학과 내에서 선배, 동기들과 학업 외적으로는 가까이 어울리는 시간이 적었고 되돌아보면 이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대학원 진학을 위해 영국 옥스퍼드로 유학길에 오른 뒤에는 언어를 비롯하여 생활환경이 급변하면서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었고, 덕분에 학문을 접하는 태도 역시 다시금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원 시절 함께 했던 오피스메이트
  •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난제에 부딪혀 어려울 때가 많을 것 같아요.
    교수님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돌파해가시나요?
    분업과 협업의 장점을 각각 극대화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연구가 공부와는 다르게 답을 바로 제시받을 수 있는 유형의 학문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의 실마리가 주어지면 그때부터는 혼자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응용하는 연습을 하는데요.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는 혼자 골똘히 파묻혀 정체되어 있기 보다는, 함께 연구하는 공동연구자들 또는 분야의 전문가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나가곤 합니다.

#Epilogue 연구실을 넘어 교단으로

  • 202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각오와 다짐으로 새해를 맞이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1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구원의 생활패턴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2025년 3월 대학으로 이직을 한 뒤부터는 루틴에 큰 변화가 생겼고 여전히 이 변화에 적응하는 중입니다. 새해에는 연구부터 강의, 학생지도, 학과업무 등 제게 맡겨진 모든 일에 있어서 균형을 잘 잡고 최선을 다해 임할 생각입니다.
  • 연구자로서 올 한 해 이루고 싶은 목표 혹은 도전해보고 싶은 연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직 이후 분주한 적응과정에서 발전시키지 못했던 흥미로운 연구주제와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올 한 해가 지나면 빛이 바랜다는 생각으로 관련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착수하여 이뤄내고 싶은 연구는, 양자중력의 정합성이 4차원 초중력이론에 보편적으로 부과하는 스펙트럼 상한을 계산하고 그 물리적 의미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 연구 외에 개인적으로 소망하시거나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작년은 평생의 생활 터전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대전을 떠나 서울로 이사를 하면서, 저뿐만 아니라 온가족에게 크고 작은 변화가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이제는 많은 부분에 대해 틀이 잡힌 만큼, 새해에는 저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더욱 살피면서 규칙적인 운동이나 취미활동도 시작해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교수님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 연구자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학문 분야마다 연구의 방식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후배 연구자들께 일반적인 조언을 드리기는 상당히 조심스럽지만, 제가 몸담고 있는 커뮤니티를 기준으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함께하는 연구를 즐겨보시라는 것입니다. 연구라는 학문활동은 답이 정해져있지 않은 문제를 풀어야 할 때도 많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혼자서만 몰두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하다보면 다소 지치거나 소강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데요. 그럴 때 주변을 돌아보면서 동료들과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공동연구를 시작하거나 또는 조언을 구하기도 하면서 함께하는 학문활동을 펼쳐나가실 수 있다면, 학문적으로는 물론 삶의 일부로서 더욱 가치 있는 연구를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About the Interviewee

이승주 교수 (1985년생)

  • 소속

    •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학력 및 경력

    • 2003.03 ~ 2006.02 KAIST 물리학 학사
    • 2006.10 ~ 2010.11 Oxford University 물리학 박사
    • 2010.12 ~ 2014.08 KIAS 박사후연구원
    • 2014.08 ~ 2017.08 Virginia Tech 박사후연구원
    • 2017.09 ~ 2020.03 CERN 박사후연구원
    • 2020.04 ~ 2025.02 IBS 순수물리이론연구단 연구위원
    • 2025.03 ~ 연세대학교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