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R
흔들리는 지구에 던진 질문,불확실한 기후변화의 시간을 찾다 포항공과대학교 민승기 교수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자의 연구 여정을 돌아보며, 그 속에서 탄생한 주요 성과와 과학기술이 열어갈 미래를 그려봅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자의 연구 여정을 돌아보며, 그 속에서 탄생한 주요 성과와 과학기술이 열어갈 미래를 그려봅니다.
흔히 ‘북극’하면 눈부신 얼음 언덕과 북극곰이 거니는 하얀 땅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하얗게 덮여있던 자리에는 어두운 바다가 드러났고, 얼음 위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동물들은 갈 곳을 잃고 있죠. 이는 단순히 북극 풍경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머지않아 예상치 못한 극한기후가 찾아올 것을 암시하고 있는데요. 여기, 지구의 기후변화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앞으로 인류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해 온 연구자가 있습니다. 2월호 스토리R에서는 북극 해빙의 소멸시간을 다시 계산하며 곧 인류가 마주할 기후위기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민승기 교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 선정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상
집중호우와 가뭄, 초강력 태풍, 기록적인 폭염까지. 극한기후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은 이미 기후변화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죠. 이에 그동안 과학자들은 수많은 기후모델을 통해 우리 지구의 미래를 예측해 왔습니다. 민승기 교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후위기를 탐지하고 원인을 규명하는 과학자로서 인류가 맞닥뜨릴 변화에 조금이라도 준비할 수 있도록 그 신호를 추적하는 중인데요. 그의 연구 출발점은 약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상청 기상연구소(현재 국립기상과학원)에서 기상연구사로 일하게 된 그가 처음 맡은 연구 주제는 기후변화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을 탐지하는 통계 기법 개발이었습니다. 독일 본 대학과 공동연구를 하며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이를 계기로 독일로 건너가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독일에서 이상기후 분석 연구를 본격적으로 접하며 연구의 방향은 더욱 또렷해졌습니다. 이후 캐나다 환경부와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 현재는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기후과학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극한강수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을 최초로 탐지해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증가의 영향은 주로 기온 증가에서만 확인됐고, 강수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 증거가 거의 없었는데요. 특히 짧은 시간에 강하게 쏟아지는 극한강수의 강도가 커지고 있었는데, 그 원인이 인간 활동에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낸 연구였죠. 이를 계기로 지구 물순환 변화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최근에는 시간당 극한강수와 슈퍼태풍처럼 더욱 강력한 극한 현상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민승기 교수는 기후변화 원인 규명과 이상기후 연구 분야를 이끄는 국제적 연구자로서 연구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관련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 집단인 국제기후변화탐지그룹(IDAG) 멤버로도 활동하며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규명을 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죠.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주저자로 참여해 ‘해빙 변화의 원인’ 집필을 맡으며, 연구 영향력을 전 세계로 넓혀가기도 했습니다.
온실가스가 기후위기를 불러온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의 소멸은 해수면 상승과 극한기후 현상 증가, 동토층 융해에 따른 메탄과 이산화탄소 배출 확대 등 다양한 문제와 직결되기에 그 변화를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고 분석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다만, 그동안 북극 해빙의 미래를 둘러싼 과학적 전망에는 적지 않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 민승기 교수는 관측과 기후모델을 비교하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 북극 해빙이 빠르면 2030년대에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했습니다.
“IPCC 6차 보고서의 주저자로 참여하며 기존의 북극 해빙 연구결과들을 모아서 정리해보니 미래의 북극 해빙 변화가 상당히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불확실한 전망을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최근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관측-기후모델 비교 방법을 시도하였습니다.” 2021년 발표된 IPCC 6차 보고서에서는 2050년 정도에 북극 해빙이 소멸하게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전망에 사용한 기후모델들은 대부분 관측에 비해 북극 해빙 감소를 약하게 모의하고 있는데요. 이에 민승기 교수 연구팀은 41년간의 위성 관측자료와 10종의 기후모델 실험자료를 활용해 북극 해빙 변화가 어떤 요인에 의해 나타났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그렇게 북극 해빙이 연중 모든 달에서 유의미하게 감소하며, 감소의 주요 원인이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 증가라는 점을 확인했죠. 이후, 관측에서 탐지된 온실가스 영향 크기를 기후모델과 비교하여 그 차이를 북극 해빙 소멸 전망에 반영하였습니다. 이렇게 보정된 결과, 북극 해빙의 소멸 시점이 기존 IPCC의 전망보다 10년 이상 앞당겨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해빙이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저배출 시나리오에서도 2050년대에 북극 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관측된 기후변화의 원인에는 온실가스 이외에도 에어로졸, 태양 및 화산활동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관측-기후모델 비교 연구들은 과거 변화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충분하지 않아 한계가 있었어요. 반면 저희 연구에서는 과거 북극 해빙 감소의 대부분이 온실가스 증가 때문이라는 점을 먼저 확인했기 때문에, 미래 온실가스 배출에 따라 달라질 북극 해빙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수정해 줄 수 있었습니다.”
‘물의 별’ 지구. 물이 어떻게 순환하느냐에 따라 지구를 살아가는 인류는 이상기후를 겪기도 합니다. 예년과 달리 더 강한 비가 많이, 자주 쏟아지고, 쉽게 가뭄에 노출되는 것 역시 이러한 물의 흐름 변화와 맞닿아 있죠. 그래서 북극 해빙 연구는 이 물의 순환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아직 밝혀내지 못한 기후변화 증폭 메커니즘이 적지 않습니다. 평균기후의 변화는 비교적 느리고 그 폭도 작게 나타나는 반면, 실제로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는 극한기후 현상은 지구가 가진 자연 변동성과 맞물려 발생해, 그 영향이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거든요. “앞으로 지구온난화의 속도는 예상보다 더 빨라지고, 그 영향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연구년을 맞이한 민승기 교수는 극한기후 현상의 예측성의 정확도를 높여가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료 연구자들과 끊임없이 고민하고 토의하며 작은 실마리를 찾아내고, 이를 차근차근 확장해가며 기존의 한계점을 극복해가고자 하는데요. 그렇게 그는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과학자의 길 위에서, 오늘도 묵묵히 다음 질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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