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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이스

전자기기에 유연함을 불어넣는
공학자
한양대학교 정예환 교수

설레는 마음으로 구입한 소설책. 빳빳한 양장 표지를 지나 첫 페이지를 넘기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우리를 반깁니다. 세상을 바꿔갈 연구성과 이야기도 마찬가지인데요. NRF웹진 뉴-페이스에서는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로 떠오르는 과학자, 이제 막 새 이야기를 그려갈 신진 연구자를 만나 연구성과와 일상 이모저모를 들여다봅니다.

단단해 보이던 기술의 경계에서 던진 질문의 답을 찾아 연구자의 길을 걸어온 이가 있습니다. “전자기기는 왜 꼭 단단해야만 할까?”, “우리 몸처럼 부드럽게 휘어지는 전자기기는 구현할 수 없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에서 시작된 그의 탐구는 전자기기의 형태와 쓰임을 확장하며 새로운 응용 가능성을 열어왔습니다. 이번 뉴-페이스에서는 차세대 폼팩터 구현을 위한 핵심 공학적 난제들을 해결하며 제29회 젊은과학자상을 수상한 한양대학교 정예환 교수를 만나봅니다.

#Prologue 오! 나의 연구이야기

  • 정예환 교수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부교수 정예환입니다. 딱딱한 전자기기를 피부처럼 부드럽고 잘 늘어나는 형태로 바꿔, 몸과 일상 환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기술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연구실에서는 “전자소자가 사람에게 더 가까이,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소재–소자–시스템을 함께 다루는 융합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에서 유연 전자소자 연구실을 이끌고 계십니다.
    NRF웹진 독자들을 위해 연구실과 대표 연구 분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연 전자소자 연구실에서는 주로 유연하고 신축성이 있는 전자소자와 회로, 그리고 이를 이용한 전자기기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자기기는 단순히 성능이 높은 것을 넘어 사람의 몸이나 의류, 곡면 구조처럼 움직이고 변형되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에 저희는 잘 휘고 늘어나는 소재를 개발하는 단계부터 센서와 회로를 설계하고, 기기 형태로 구현하는 단계까지 전 과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유연한 재료’를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활용 가능한 유연 전자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연구실의 지향점이죠. 한편, 웨이어블 기기나 헬스케어 기기와 같은 유연전자 기기들은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주고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무선 성능이 특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기기가 계속 구부러지고 늘어나기 때문에 성능 변화가 생기기 쉬운데요. 때문에 저희 연구실에서는 무선 통신과 RF 기반 유연 전자기기를 중요한 연구 축으로 보고, 변형이 생겨도 무선 특성이 크게 변하지 않는 변형 불변 RF 신축성 전자기기와 유연 RF 기판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웨어러블 헬스케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미래형 통신 기기까지 폭넓게 확장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기술이 더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전자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 세계 최초로 고무처럼 형태를 변형해도 무선통신 성능을 유지하는 전자피부 개발에 성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기술이 우리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시나요?
    전자피부가 실제 피부처럼 늘어나고 움직이면서도 통신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웨어러블 기술의 활용 범위는 한 단계 더 확장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웨어러블은 센서 자체는 유연하더라도 통신이나 안테나가 변형에 취약해 실제 사용 환경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희는 신축성이라는 기계적 변형과 RF 성능이라는 무선 특성을 동시에 고려해 기술을 설계했습니다. 그 결과, 착용자의 움직임이 크거나 장시간 착용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RF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자피부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술은 향후 연속 생체신호 모니터링(운동·수면·재활)을 비롯해,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를 위한 원격 건강관리, 휴먼–머신 인터페이스, 산업 현장의 안전 모니터링처럼 편안한 착용감과 안정적인 연결이 중요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예환 교수팀이 개발한 고무처럼 늘어나도 무선통신 성능을 유지하는 기판 ※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축성 웨어러블 기기는 아무리 늘려도 장거리 무선 통신과 고효율 무선 전력 수신 기능을 유지했다.
  • ‘2025년 우수과학자포상 통합시상식’에서 ‘젊은과학자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과분한 상을 받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구는 혼자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고민하고 실험하며 때로는 실패를 견뎌준 연구실 학생들과 동료 연구자들, 그리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유연·신축성 전자 기술이 실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연구를 이어가겠습니다.

#Journey 연구자로 서기까지

  • 교수님께서는 언제부터 ‘과학’에 관심이 가지셨는지요. 어릴 때부터 흥미를 느낀 분야에 “왜?”라는 질문을 거듭하며 파고드는 편이었습니다. 원리를 이해해야 직성이 풀렸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학에 빠져들게 되었죠. 특히 전자공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호와 물성을 설계로 바꿔 실제 기능으로 구현해낸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는데요. 기초 원리와 현실 응용을 오가며 느꼈던 재미는 지금까지도 계속돼,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 이야기를 듣다보니 사뭇 학창시절도 궁금해집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흔히 말하는 모범생이라기보다, 호기심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완벽하게 준비한 뒤에 움직이기보다는 일단 시작하고 부딪히면서 배우는 편이었거든요. 학생 시절에는 어떤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관련 논문과 교재를 잔뜩 쌓아두고 며칠 동안 붙잡다가, 결국 한 문장으로 핵심을 정리해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느꼈던 쾌감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는데요. 돌이켜보면 당시의 경험이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질문’으로 바꾸는 저만의 습관을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난제에 부딪혀 어려울 때가 많을 것 같아요.
    지나온 여러 연구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혹은 어려웠던 프로젝트가 있었다면요?
    유연·신축성 전자 연구는 늘 서로 다른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습니다. 잘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면 전기적·무선 성능이 흔들리고, 성능을 우선하면 착용감이나 신축성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특히 전자피부처럼 변형이 큰 조건에서 RF 특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과정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변형과 성능 저하 사이의 메커니즘을 하나씩 정량화하는 데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구조 설계와 소재 선택, 제작 공정과 측정·검증을 빠르게 반복하며 단계적으로 좁혀 나갔죠. 이처럼 복잡한 문제를 측정 가능한 지표로 쪼개 팀원들과 공유하고 함께 개선해 나간 과정은 연구성과를 이뤄내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Epilogue 연구실을 넘어 교단으로

  • 새 학기를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요즘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시나요? 새 학기를 앞두고 연구와 교육을 동시에 준비하느라 하루가 참 짧게 느껴집니다. 연구실에서는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실험 설계와 데이터 리뷰에 몰입하고 있으며, 연구 제안서와 논문 작성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동시에 강의실에서 만날 학생들을 위해 수업 자료를 면밀히 검토 중입니다. 특히 학생들이 이론적 원리부터 설계, 검증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체계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과제와 프로젝트 구성에 공을 들이고 있죠. 아울러 연구실 안전과 연구 윤리 같은 기본을 다시 점검하는 데도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 올 한 해 이루고 싶은 목표 혹은 도전해보고 싶은 연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연·신축성 전자의 핵심 요소들을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단일 소자의 성능을 높이는 단계에 머물지 않고, 센싱-신호처리-통신까지 이어지는 시스템 관점으로 구축하여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아가 의료·헬스케어, 스마트 텍스타일 등 실제 사용자와 만나는 분야와의 협업을 확대해 연구 결과가 실제 문제 해결과 사회적 임팩트로 연결되도록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 마지막으로 후배 연구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구의 본질은 ‘좋은 질문을 오래 붙잡는 힘’에 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끝까지 파고드는 그 인내의 과정이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또한 모든 문제를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마세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인정하고, 동료들과 협업하고 소통할 때 비로소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연구가 결국 ‘장거리 달리기’라는 점입니다. 건강과 일상의 리듬을 돌보는 것 또한 연구자로서 갖춰야 할 핵심 역량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About the Interviewee

정예환 교수 (1989년생)

  • 소속

    •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부교수
  • 학력 및 경력

    • 2017.10 ~ 2019.12 성균관대학교 박사후연구원
    • 2019.12 ~ 2021.02 Northwestern University 박사후연구원
    • 2021.03 ~ 2025.02 한양대학교 조교수
    • 2025.03 ~ 한양대학교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