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R
사각지대에 귀 기울여안전한 미래를 설계하다 한국과학기술원 손훈 교수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자의 연구 여정을 돌아보며, 그 속에서 탄생한 주요 성과와 과학기술이 열어갈 미래를 그려봅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자의 연구 여정을 돌아보며, 그 속에서 탄생한 주요 성과와 과학기술이 열어갈 미래를 그려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지탱하는 수많은 구조물들. 시간이 흐르며 생기는 작은 변화는 때로 예상하지 못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시설물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하는데요. 여기, 구조물의 작은 움직임을 정밀하게 읽어내며 더 효율적인 안전관리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연구자가 있습니다. 6월호 스토리R에서는 보급형 고정밀 변위 센서를 통해 안전 사각지대를 줄여가고 있는 손훈 교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 선정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상
우리가 매일 오가는 다리와 도로, 머무는 건물.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기에 우리는 그 안전을 당연하게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의 몸이 조금씩 변화하듯, 구조물 역시 노후화와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미세한 변화를 겪게 되는데요. 손훈 교수는 이러한 작은 신호를 미리 읽어내고 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오랜 시간 ‘구조물 건전성 모니터링’ 연구에 집중해 왔습니다.
“구조물의 건강을 진단하는 의사와 같은 연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람이 건강검진을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하듯, 교량이나 건축물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어디가 약해졌는지, 이상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해요. 기존의 점검 방식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는 것과 비슷했다면, 구조물 건전성 모니터링은 건강 스마트워치처럼 구조물의 상태를 계속 살펴보는 기술인데요. 작은 이상을 조기에 발견해 큰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손 교수가 구조물 안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작은 이상 신호를 놓쳤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피해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대형 사고 이후 시설물 안전관리 체계가 강화되었지만, 사람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는 기존 방식에는 비용과 안전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했는데요. 이에 손 교수는 첨단 센서 기술을 활용해 시설물을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술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 그것이 손 교수가 공학자로서 꾸준히 추구해 온 연구의 방향이었거든요.
현재 그는 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이자 스마트구조시스템연구실(SSSLAB)을 이끌며, 연구실에서 탄생한 아이디어가 실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논문 속 성과를 넘어 실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그의 공학자로서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교량과 도로, 건축물 등 주요 시설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구조물의 작은 변화를 빠르게 발견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시설물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형 구조물이 그동안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중소형 구조물은 대형 시설물에 비해 변화의 폭이 1-2mm내로 매우 작아 정밀한 관찰이 필요하지만, 기존 장비의 높은 비용탓에 폭넓게 활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또한 측정 정확도도 약 5-10mm 수준에 머물러 구조물의 작은 움직임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비용은 낮추면서도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해진 상황. 손 교수는 천천히 움직이는 변위를 잘 측정하는 밀리미터파(mmWave) 레이더와 빠른 흔들림 감지에 강점을 가진 저가형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가속도계를 융합했습니다. 여기에 독자적인 신호처리 알고리즘을 더해 하나의 센서로 가속도·기울기·변위를 동시에 측정하는 기술을 구현했죠.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두 기술이 결합돼 기존 계측 방식의 한계를 극복한 고정밀 변위 센서가 탄생한 것입니다.
“가격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쉽게 설치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어요. 소형 구조물에 널리 적용하려면 장비 가격뿐 아니라 설치와 유지관리 비용도 함께 낮아져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센서가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도록 하고, 별도의 계측 장비 없이도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해 설치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관리자가 많은 구조물을 보다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센서 안에 의사결정 기능을 내장해, 수집한 데이터 중 필요한 결과만 전송하도록 했죠. 여기에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연계를 고려해 전력 공급 부담을 줄이고, 장기간 운용이 가능한 현장형 시스템으로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손 교수가 개발한 보급형 고정밀 변위 센서는 기존 대비 1/40 수준인 100만 원 이하의 제작 비용으로 구현됐습니다. 평균 변위 오차 역시 0.026㎜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도를 달성하며 경제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확보했는데요. 아울러 전력 소모를 기존 대비 1/100 수준으로 줄이고,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접목해 전면 무선화까지 구현했습니다. 그렇게 손 교수의 연구로 탄생한 작은 센서 하나가 구조물 안전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 에너지 하베스팅 : 일상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해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고 저장하는 기술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실제 환경에서 활용되지 못한다면 우리 삶을 변화시키기 어려운 법. 손 교수 역시 연구성과가 논문 속 기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는데요. 실제로 손 교수가 개발한 보급형 고정밀 변위 센서는 국내외 다양한 시설물에 적용되며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R&D라는 표현 대신 Business R&D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기술 실용화 및 상용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단순히 논문과 같은 연구성과만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화 모델을 먼저 구상하고 연구를 수행해야 비로소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진짜 기술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개발된 센서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주차빌딩과 산호세 고속도로, 중국 웨이팡 교량, 세종시 금강보행교 등 국내·외 13개 이상 현장 실증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신뢰성을 입증받았습니다. 한편, 손 교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기초연구실 사업 및 국토교통부 국제협력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미국 내 현장 적용과 사업화 가능성을 넓혀가는 중이라고 하는데요. 앞으로도 국제 공동연구와 현장 검증을 이어가며, 국내를 넘어 세계 곳곳의 구조물을 더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연구실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를 실제 현장의 변화로 연결하기까지. 손 교수가 쌓아온 오랜 연구의 시간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일상을 더욱 안전하게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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