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메인으로

구독신청 독자의견

Pick & Peak

인공지능으로 풀어낸 자연계 비밀!
백신 싣는 단백질 구조체 만들다
포항공과대학교 이상민 교수

베일에 싸여 있던 비밀을 가장 먼저 풀어냈을 때의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합니다. 세상에 없던 미래기술을 개발했을 때도 마찬가지일텐데요. NRF웹진 Pick&Peak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엄선한 우수 연구성과를 연구자의 입을 통해 들어봅니다.

인류는 오랜 기간 지구에 머물며 자연계 안팎으로 숨겨진 비밀을 탐구해왔습니다. 과학자들의 노력 끝에 일상 속 여러 현상과 원리가 규명되었지만, 눈으로 관찰하기 힘든 인체 내 구조와 조직 간 반응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데요. 최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자연계 단백질 구조체의 비밀을 풀어낸 과학자가 있습니다. 단일 단백질 구성요소가 오·육각형 배열을 동시에 형성하며 바이러스 유사 구조로 자가조립되는 설계 원리를 밝혀낸 포항공과대학교 이상민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NRF’s Pick 이상민 교수가 걸어온 길

이상민 교수 1987년생

  • 소속

    •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조교수
  • 학력 및 경력

    • 2024.01. ~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조교수
    • 2022.09. ~ 2023.12.
      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 (HHMI) 박사후연구원
    • 2021.02. ~ 2022.09.
      University of Washington – Seattle 박사후연구원
    • 2015.09. ~ 2021.04.
      University of Michigan – Ann Arbor 화학공학 박사
    • 2013.09. ~ 2015.08.
      한양대학교 화학공학 석사
    • 2007.03. ~ 2013.08.
      한양대학교 화학공학 학사

Peak Time 연구성과 몰아보기

  • 논문명 Design of one-component quasisymmetric protein nanocages
  • 저널명 네이처(Nature)
  • 키워드 Protein Design(단백질 설계), Quasisymmetry(준대칭성),
    Protein Nanocage(단백질 나노케이지), Self-assembly(자기조립), AI (인공지능)
  • 연구 저자
    • 이상민 교수(공동 제1저자·교신저자/포항공대)
    •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교신저자/워싱턴대)
    • 데이비드 흐미엘레프스키(공동 제1저자/워싱턴대)
    • 왕 션지(공동 제1저자/워싱턴대), 라이언 D. 키블러(워싱턴대)
    • 신지수 (포항공대), 앤 카(워싱턴대), 박영준(워싱턴대), 데이비드 비슬러(워싱턴대)
  • 연구의 필요성
    • 단백질 나노케이지는 생체 친화적인 초소형 운반체로 활용될 수 있어 바이오의약, 백신, 진단, 인공 세포소기관 분야에서 중요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 그러나 기존 설계법은 완벽히 대칭적인 작은 구조를 만드는 데 주로 적합했다. 자연 바이러스처럼 하나의 단백질을 반복 사용하면서도 큰 껍질을 만드는 원리를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 연구성과 요약
    • 연구진은 바이러스 껍질이 커지는 핵심을 단백질 블록 사이의 각도와 휘어짐에서 찾았다. 단백질이 평평하게 배열되면 껍질이 닫히지 않고, 너무 많이 휘면 작은 구조에 머문다. 연구진은 이 중간 영역을 정밀하게 설계해, 같은 단백질이 어떤 위치에서는 오각형 환경, 다른 위치에서는 육각형 환경을 만들도록 했다.
    • 이를 위해 연구진은 단백질 세 개가 모인 삼량체 단위를 기본 블록으로 삼고, 인공지능 기반 단백질 구조 생성 도구인 RFdiffusion을 활용해 새로운 단백질 연결 구조를 설계했다. 쉽게 말해, 같은 레고 블록이 서로 다른 각도로 맞물리도록 설계해 평평한 판이 아니라 둥근 껍질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 향후 이 기술은 약물 전달체, 백신 플랫폼, 효소 캡슐화, 인공 세포소기관, 프로그램 가능한 생체소재 개발의 기반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Deep Talk 연구자 인터뷰

  • 교수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포항공과대학교, POSTECH 화학공학과에서 2024년부터 조교수로 재직 중인 이상민입니다. 저는 컴퓨터를 활용해 분자 수준에서 단백질을 새롭게 설계하고, 그 단백질들이 실제로 원하는 구조와 기능을 가지는지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단백질을 인공지능과 계산 설계 기술로 디자인하고, 이들이 스스로 조립되어 나노미터 크기의 정교한 구조체를 만들도록 하는 연구인데요. 전통적인 화학공학이 분자와 물질의 구조, 상호작용, 공정과 응용을 다루는 학문이라면, 저는 그 대상을 생명분자인 단백질로 확장해 연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백질은 생명현상의 핵심 물질이지만, 동시에 매우 정교한 나노소재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단백질을 원하는 방식으로 설계하고 조립시킴으로써, 향후 약물전달, 유전자전달, 백신, 생체 내 나노공간 설계 등 여러 의생명공학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자 합니다.
  • 최근 바이오·의학 분야에서 ‘단백질 나노케이지’가 차세대 약물 전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용어가 낯선 독자들을 위해 ‘단백질 나노케이지’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단백질 나노케이지는 말 그대로 단백질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껍질’ 또는 ‘상자’ 같은 구조를 의미합니다. 단백질은 보통 수 나노미터 정도의 크기를 갖는 생체분자로, 우리 몸 안에서 효소, 항체, 수용체, 구조 단백질 등 다양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생명현상의 핵심 물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단백질이 단순히 하나씩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서로 적절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면 정해진 구조로 자발적으로 조립될 수 있죠. 여러 단백질이 서로 맞물려 공처럼 닫힌 껍질 구조를 만들게 되면, 그 구조를 단백질 나노케이지라고 부르는데요. 여기서 ‘나노’는 크기가 나노미터 수준이라는 뜻이며, ‘케이지’는 내부에 빈 공간을 뜻하는데 이 내부 공간이 매우 중요합니다. 케이지 안쪽에는 우리가 원하는 물질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치료용 약물, 단백질, 핵산, 유전자 치료에 필요한 물질 등을 넣을 수 있습니다. 또한 케이지의 표면을 특정 세포와 잘 결합하도록 설계하면, 이 물질들을 원하는 세포나 조직으로 전달하는 약물전달체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단백질 나노케이지가 꼭 ‘전달체’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닌데요. 내부 공간을 이용해 특정 생화학 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물질들을 한곳에 모을 수도 있고, 케이지 표면에 항원 단백질을 규칙적으로 배열해 차세대 백신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도 있죠. 자연계의 바이러스도 사실 단백질 껍질 안에 유전물질을 담고 있는 정교한 나노구조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는 바이러스의 유해한 기능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가진 정교한 조립 원리와 구조적 장점을 배워 인류에게 유용한 인공 단백질 나노구조체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교수님께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자연계 바이러스의 조립 원리를 그대로 재현한 대형 단백질 구조체를 설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처음부터 단백질을 연구하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박사과정 때는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금 나노입자의 자기조립을 연구했었는데요. 금 나노입자 표면의 상호작용을 잘 설계하면 입자들이 스스로 모여 매우 복잡한 나노케이지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결과를 2017년 사이언스에 발표하기도 했죠.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문득 ‘입자 하나하나의 모양이나 상호작용은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데, 이들이 모이면 어떻게 그렇게 복잡하고 아름다운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는데요. 즉, 작은 빌딩블록 사이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설계하면 원하는 전체 구조가 만들어지는가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죠. 단백질과 인연을 맺게 된 건 박사후연구권 과정을 준비하면서 부터였는데요. 단백질이라는 물질이 계산적으로 설계될 수 있고, 특히 원하는 방향으로 조립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금 나노입자를 통해 고민하던 자기조립의 문제를 단백질이라는 훨씬 더 정교하고 기능적인 물질에서 풀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워싱턴대학교의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님 연구실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지원했죠. 다행히 제 연구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2021년부터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포닥을 시작한 뒤 제가 관심을 갖고 있던 케이지 구조가 자연계의 바이러스 껍질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는데요. 바이러스는 하나의 단백질 또는 소수의 단백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매우 크고 정교한 껍질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완전히 단순한 대칭 구조가 아니라, 위치마다 조금씩 다른 환경을 만들어 큰 구조를 완성하는 ‘준대칭성’이라는 원리를 사용하죠. 이번 연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자연계 바이러스가 사용하는 조립 원리를 인공지능 기반 단백질 설계 기술로 구현할 수 있다면, 감염성은 없으면서도 바이러스처럼 크고 정교한 인공 단백질 나노케이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어느 정도 설계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이를 실제 단백질 서열과 구조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알파폴드와 같은 인공지능 기반 단백질 구조예측 모델들이 빠르게 발전했고, 이어서 원하는 구조와 기능을 갖는 단백질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연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기술들이 제가 오랫동안 갖고 있던 자기조립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고 믿었어요. 이번 연구는 나노재료 분야에서 출발한 자기조립에 대한 관심, 단백질 설계 기술의 발전, 그리고 자연계 바이러스의 기하학적 원리에 대한 호기심이 만나 탄생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바이러스 껍질 구조와 AI 설계된 단백질 나노케이지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한 AI 설계 단백질 나노케이지
  • 연구를 진행하면서 난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은 경우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성과가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과 노력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난제 중 하나는 단백질들이 단순히 반복적으로 배열되는 것을 넘어, 바이러스처럼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조립 환경을 만들도록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연계 바이러스는 하나의 단백질을 여러 번 사용하면서도 오각형적 환경과 육각형적 환경을 동시에 만들어 큰 껍질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를 인공 단백질로 구현하려면 단백질 사이의 결합 각도, 곡률, 상호작용의 세기와 방향성을 매우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죠. 작은 차이가 전체 구조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에 계산 설계, 단백질 발현, 정제, 전자현미경 관찰, 구조 분석이 계속 반복되어야 했습니다. 물론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설계한 단백질이 잘 발현되지 않거나, 혹은 예상과 다른 형태로 조립되거나, 충분히 균일한 구조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아이디어가 잘 구현되면 분명 새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실패한 결과들도 단순한 실패라기보다는, 단백질 조립 시스템이 어떤 조건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어떤 조건에서 벗어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죠. 연구를 하다 보면 어려움을 계속 극복해야만 하는 과정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가장 좋은 연구는 막연한 어려움을 억지로 버티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연구하는 시스템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있고, 그 질문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는 과정일 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 연구도 제게는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정말 단백질로 바이러스처럼 큰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자연이 사용하는 조립 원리를 우리가 설계 언어로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즐겁게 연구한 시간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 이번 연구는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미국 워싱턴대학교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가 함께 참여해 화제가 되었었는데요. 어떻게 공동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연구 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워싱턴대학교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이번 연구도 처음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초기 연구를 진행한 곳은 베이커 교수님 연구실이었고, 이후 제가 POSTECH에 부임한 뒤 연구를 마무리하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이번 결과는 제 박사후연구원 시기의 연구와 POSTECH에서의 독립 연구가 자연스레 이어진 성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왼쪽) 워싱턴대학교 David Baker 교수 (오른쪽) 포항공과대학교 이상민 교수
    베이커 교수님과 연구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교수님과의 토론이 제 연구를 평가받는 자리처럼 느껴지기보다 연구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동료 연구자와 대화하는 시간처럼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매우 날카롭고 이성적인 비판을 해주실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농담처럼 들릴 만큼 대담하고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었는데요.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실제로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사라지기도 하지만, 그중 한두 개는 “어라, 이건 정말 이렇게 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그리고 그런 작은 단초가 전혀 새로운 연구 방향으로 확장되는 경우도 많았죠. 이번 연구 역시 그런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 속에서 발전했습니다. 단백질 설계 기술의 한계 안에서만 생각했다면 시도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하는 일을 우리가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을까?”, “단백질 사이의 곡률과 대칭 깨짐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을까?”와 같은 조금은 과감한 질문을 던지고, 이를 실제 계산 설계와 실험으로 검증해 나가면서 연구가 발전했습니다. 이번 성과는 베이커 교수님이 매우 권위적인 방식으로 연구실을 운영하셨다면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롭게 질문하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이디어도 편하게 꺼내며, 서로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저 역시 POSTECH에서 제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그런 연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편하게 이야기하고, 때로는 엉뚱해 보이는 질문도 던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될 수 있는 연구실을 만들고 싶습니다.
  • 해당 기술은 앞으로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또 우리 삶에 어떤 편의를 제공해줄 것으로 보시나요? 단백질 나노케이지 기술은 어떤 하나의 제품으로 바로 연결된다기보다는, 다양한 기능을 붙여 여러 응용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에 가깝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점은 자연계 바이러스처럼 크고 정교한 단백질 껍질 구조를 인공지능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인데요. 이 구조에 어떤 기능을 더하느냐에 따라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응용 분야로는 약물전달과 유전자전달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케이지 내부에 치료용 유전자나 핵산, 단백질, 항암제와 같은 약물을 담고, 케이지 표면을 특정 세포나 조직을 잘 인식하도록 설계하면 원하는 위치로 치료 물질을 전달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는 얼마나 많은 유전물질을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는지, 그리고 원하는 세포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큰 단백질 나노케이지는 이러한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응용은 백신 플랫폼입니다. 케이지 표면에 항원 단백질을 규칙적으로 배열하면 면역계가 그 항원을 더 효과적으로 인식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단백질 나노입자 또는 나노케이지 기반 백신 기술은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도 큰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앞으로는 특정 바이러스, 암 항원, 또는 다양한 질병 표적에 맞추어 항원을 정교하게 배열하는 백신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외에도 단백질 나노케이지는 세포 안에서 특정 생화학 반응을 모아 일어나게 하는 인공 나노공간, 생체 내 센서, 효소 반응 플랫폼, 새로운 생체재료 등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연구가 곧바로 치료제로 이어진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안정성, 체내 전달 효율, 면역반응, 대량생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연계 바이러스의 정교한 구조 원리를 인공지능으로 설계 가능한 단백질 플랫폼으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더 안전하고 정밀한 차세대 의약품과 생명공학 기술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연구성과는 한국시간 5월 21일(목) 자정(현지시간 5.20.(수) 16시, GMT)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게제되는 쾌거를 이루었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결코 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베이커 교수님 연구실에 처음 합류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멘토링을 해주었던 Ryan Kibler, 전자현미경 전문가로서 저와 계속 관측 결과를 논의하며 새로운 발견을 도와주었던 David Chmielewski,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박사후연구원 지도교수님이셨던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함께 연구한 모든 공동연구자들의 도움과 전문성이 있었기에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미국 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 그리고 한국에서 독립 연구자로 자리 잡고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준 한국연구재단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연구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제 연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간과 환경, 그리고 안정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성과는 여러 기관과 동료 연구자들의 신뢰와 지원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성과가 특히 뜻깊은 이유는, 제가 정말 즐겁게 수행한 연구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좋은 논문이나 성과를 목표로 삼게 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궁금한 질문을 찾고 그 질문을 진심으로 따라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연구를 하면서 “자연계 바이러스의 조립 원리를 우리가 설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정말 흥미로웠고, 그 질문을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이번 네이처 게재는 매우 감사하고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앞으로 더 좋은 연구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게 합니다. 앞으로도 제 내면에서 나오는 호기심에 귀 기울이고,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질문을 찾아가며 단백질 설계와 자기조립 분야에서 의미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 연구자로서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단백질 자기조립’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의미 있고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단백질은 생명체 안에서 이미 매우 정교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우리가 그 구조와 상호작용을 더 잘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게 된다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기능성 나노구조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가능성을 계속 탐구하고 싶습니다. 최근 인공지능 기반 단백질 설계 기술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연구는 단순히 최신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구조를 왜 설계해야 하는지, 어떤 물리·화학적 원리가 그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 생명공학적 문제 해결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계산 설계, 단백질 공학, 자기조립 원리, 실험적 검증을 통합해 단백질 나노구조체 설계의 새로운 방향을 개척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러한 목표는 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고, 앞으로 POSTECH의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좋은 연구 환경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듯이, 제 학생들에게도 자유롭고 건강한 연구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적 호기심을 따라갈 수 있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편하게 나눌 수 있으며, 실패한 결과도 새로운 질문으로 바꾸어갈 수 있는 연구실을 만들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저희 연구실이 단백질 자기조립과 인공지능 기반 단백질 설계 분야에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연구실이 되었으면 합니다. 단기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더 긴 호흡으로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그 과정에서 생명공학과 나노기술의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포항공과대학교 단백질설계연구실 (Protein Design Lab, PD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