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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딴짓 일지
-딴짓을 통해 업무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기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자지원팀 김서연 연구원

오는 8월이면 재단에 입사한 지 4년이 됩니다. 4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면 하루하루는 길었어도 한 해는 짧았습니다. 첫해에는 9시부터 6시까지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 허리를 부여잡고 퇴근을 했습니다. 모든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날도 있었고, 작은 업무 실수라도 했던 다음날이면 무너지는 멘탈을 지키며 애써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빈도와 정도 차이일 뿐 여전히 일요일 해가 지면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주제곡이 떠오르며 명치가 뻐근해집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밤이 궁금해, 오늘은 어떤 사건이 날 부를까...’

그래서 직장인에겐 취미생활이 특히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에만 매몰되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도록 말입니다. 오늘은 짧은 직장생활 동안이나마 나를 지켜준 딴짓들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특기라고 하기에는 대단하지 않고, 취미라고 하기에는 오래되지 않았기에 편하게 ‘딴짓’이라고 명하겠습니다.

퇴근했는데도 일이 자꾸 생각날 땐 명상을

업무에 막 적응하던 무렵에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는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 악몽을 꾼 후에는 어찌나 심장이 쿵쾅거리는 지 방 안이 온통 심장 소리로 가득 차고 손까지 덜덜 떨렸습니다. 그럴때에도 도움이 됐던 것은 명상이었습니다. 어느 자기계발서를 보니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멘탈 관리를 위해 명상을 한다고들 합니다. 책으로 볼 땐 잘 몰랐는데 심리적으로 궁지에 내몰렸을 때 생각을 비우고 호흡에만 집중해보니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감정도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덕분에 회사에 ‘잘 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유튜브에 ‘명상’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짧게는 몇 분부터 수 시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길이의 가이드 영상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0분~15분이 집중하기 좋았습니다.

체력은 장기전, 이런 운동은 어떠세요?

드라마 미생의 대사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지금 당장의 목표는 없지만, 체력은 콩나물 기르듯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게 아니기에 미리미리 체력을 저축하려고 합니다. 최근에 시작한 운동은 복싱입니다. 계속 전신을 움직여야 하는 운동이어서 활동량이 많고, 어설프게나마 주먹을 질렀을 때 글러브에 닿는 타격감은 스트레스 해소에 좋습니다. 체육관마다 다르겠지만 혼자서 훈련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대화할 필요 없이 운동만 하면 됩니다. 짧게 여러 가지 운동을 해본 결과, 그것이 무엇이든 본인이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오일 파스텔이라고 부드러운 크레용 같은 미술도구가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 썼던 파스텔보다 훨씬 부드럽고 색을 섞기도 쉬워 초보자에게 안성맞춤입니다. 초보자에게 좋다는 말이 그림이 잘 그려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고등학생 때 미술 수행평가 F를 받았던 경험자로서, 그림을 못 그리면 못 그리는 대로 즐긴다면 충분한 쉼이 될 것입니다. 그 외에도 퇴근 후 근교로 드라이브를 가거나 주말에는 좋아하는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 또한 저를 지킨 딴짓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지칠 때는 누워서 종일토록 유튜브만 보는 날도 많았습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취향에 맞는 영상들을 자꾸 보여주니 그 유혹을 이기기 쉽지 않습니다. 가끔은 그런 유혹에 지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그 다음 날은 마음이 훨씬 가볍기도 했습니다.

신입사원 교육을 받던 시절, 한 선배님께서는 ‘직장생활과는 별개로 각자의 텃밭을 키우라‘ 고 조언하셨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때 선배님이 말씀하신 ’텃밭‘과 지금까지 해온, 그리고 앞으로 할 ‘딴짓’들이 결국 같은 맥락일 것 같습니다.
‘워라밸’이 더는 생소한 단어가 아니게 되었지만,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직장인이 되어 제게 주어진 역할과 그 책임을 다하기 벅차 균형을 못 찾고 허덕이곤 했습니다. 앞으로의 회사 생활도 워라벨을 완벽히 지키기란 쉽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퇴근을 하면 업무 버튼은 끄고 딴짓 좀 해야겠습니다. 고단한 시대에 숨통이 트일 수 있는 딴짓의 재발견을 통해 나름대로의 활력소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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