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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을 돌아보면서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 이강재 본부장

문명대전환 시대라고 한다. 아날로그문명이 디지털문명으로, 인간 중심의 문명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다. 팽창사회가 수축사회로 바뀌고 있고, 성장이 중심인 사회에서 성숙이 중심인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하는 시기이다. 나는 지난 3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본부장으로서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사명 속에서 지내왔다. 성숙한 사회는 갈등보다 조화가 중요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다. 갈등의 심화 속에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인문사회 학술이 중요한 이유이다.

인구의 감소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그리고 대학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이 겪는 어려움의 종착지가 어디일지 아직은 속단할 수 없지만, 인문사회 분야에 큰 영향을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이 학문후속세대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나는 학문후속세대라는 말보다 ‘학문혁신세대’라는 말을 선호한다. 문명대전환 시대, 연구와 교육의 혁신이 절실한 때에 이들이 새로운 미래를 위한 혁신을 주도할 것이다. 오랫동안 학문을 해온 교수들과 다른 새로운 시각이 나올 것이며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들이 학문의 세계 속에서 자리를 잡도록 노력하는 것은 기성 교수들의 역할이다. 국가와 사회는 학문혁신세대가 대학과 연구자 속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2020년 시작된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5년 장기형) 사업은 매년 300명씩의 비전임 박사학위자를 선정하여 올해 900명의 연구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이 연구자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학문을 혁신해나가기를 희망한다. 인문사회 분야 집단연구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비전임 박사학위자가 1,000명 정도 된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국가의 연구비 지원으로 2,000명 내외의 박사학위자가 학문을 혁신하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느 정도의 인원을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지 명확한 연구도 통계도 없다. 모든 연구자를 국가가 지원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을 수도 있다. 다만 현재보다 좀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본부장으로서 이런저런 사업을 관리하면서 간혹 대학사회의 부정적인 속살을 볼 때면 정말 속상하다. 학술연구교수를 대학 연구소에 소속시켰다는 이유로 대학 강의에 따른 강사료를 다른 강사들과 차별하는 곳이 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일부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한 곳이 있다. 재정이 어렵다는 사립대만이 아니라 국립대 역시 그런 사례가 있음이 안타깝다. 집단연구에 참여하는 박사학위 전업연구인력에 대한 전임교수들의 갑질 논란도 있다. 연구에 전혀 공헌하지 않고 염치없게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무임승차나, 국가연구비를 형식적인 서류로 위장하여 자기 돈주머니처럼 사용하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깝다. 이런 사례가 많지는 않아도 국가의 연구지원 확대를 통해 학문혁신세대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인간과 사회를 연구하는 인문사회 분야는 대학에서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제공하는 상상력, 분석력 및 비판 정신은 디지털 시대 생산의 원천으로서 작용할 것이며, 우리를 성숙한 사회로 이끌어줄 것이다. 이런 인문사회 학술의 중요성에 비추어 국가적인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 지난 3년 연구기반 확대를 위해 법안을 마련하고 연구자 공동체를 회복하며 학술지원 예산이 증액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왔다. 국회와 재정 당국을 비롯하여 사회적인 인식이 많이 좋아진 상황이지만, 결과는 미지수이다. 지금 여러 가지 법안이 논의 중이고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이므로, 인문사회 연구기반의 확대가 당장은 아니어도 조만간 연구비의 증액으로 나타날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나는 편안한 대학 울타리를 벗어나 생활하면서 개인적인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연구자의 편에서 사업을 바라보려는 노력에 대한 응원과 격려는 큰 힘이 되었다. 더 많은 연구자를 만나지 못했고 그들의 의견을 연구지원 사업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탓하기도 한다. 기대만큼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도 변명이라면 변명이다. 인문사회연구본부와 교육부의 담당 부처 구성원들 모두 인문사회 연구자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이제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지만, 인문사회 학술을 통해 국가와 인류의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과 열정은 아직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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