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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혁신 연구,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국책사업기획실 수석연구위원 손충근

정부 연구개발사업비 29조원 시대, 그동안 한국연구재단은 기초과학연구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 왔으며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해소라는 성과를 달성해 왔다. 하지만 선진 기술 모방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고유 기술을 확보가 요구되는 기술패권과 대전환의 시대에 필요한 혁신적 성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에서 기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파괴력을 지닌 혁신(Disruptive Innovation)적 성과는 어떻게 가능할까? 매우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창의·혁신 연구사업1) 추진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정부지원 연구비의 1% 규모만이라도 창의‧혁신 연구사업으로
투자해 볼 가치가 있음을 제안하는 것이며, 과제의 성격이
curiosity-driven인 경우 더 적합할 수 있겠으나 mission-driven이어도
가능 할 것으로 보임.

99%형이 아닌 1%형 주제 발굴

그동안 정부가 지원한 R&D는 남들이 대부분 생각하고 있는 일을 자신의 지식과 노력으로 99%까지 완성하는, 99%형 R&D가 대부분이었다. 그 결과 정부 R&D성공률은 98%(미국은 23% 정도)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남이 생각하지 않은 1%를 생각하고, 남이 하지 않는 1%를 추가해서, 99%에 마지막 1%를 완성하여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1%형 R&D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실현가능성2)이 불투명해보여도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 같은 주제를 선정하여 과감하게 지원하는 창의・혁신 연구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어떤 해에는 다수의 주제가 발굴될 수도 있고, 또 어떤 해에는 전혀 발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의 심층 토론과 장기간의 조사・분석・심사를 통해 주제를 신중히 발굴하여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2) Bottom–up으로 추진되는 대부분의 사업에서 실현가능성 항목이 선정평가
지표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성공 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선정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음.

진정한 의미의 연구자 중심 연구생태계 구축

연구자 중심 연구지원은 기존에도 많이 추진해 왔고 연구현장에서도 실감할 정도로 많은 제도들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연구생태계는 창의・혁신연구가 가능한 연구생태계로 보기는 어렵다. 창의‧혁신연구가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연구자 중심 연구생태계는 대학, 출연(연), 기업과 같이 연구수행기관 중심의 연구생태계, 즉 노드(Node)가 중요한 연구생태계가 아니라 연구자 네트워크(Line)가 중요한 연구생태계, 연구비 수주가 아니라 연구자 발굴이 중요한 연구생태계, 연구비를 매개로 정부가 주도하는 연구생태계가 아니라 연구자가 언제나, 편리하게 연구자원을 활용 할 수 있는 연구생태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전문기관을 통해 과제를 공모하고 지원하고 있는 현행 연구환경에서 연구원은 각 기관의 단순한 구성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창의・혁신 연구생태계에서는 정부도 연구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창의‧혁신 연구가 가능한 연구생태계란 연구자가 하고 싶은 연구주제를 간단한 서식으로 신청하면 언제나 필요한 연구비를 충분한 기간 동안 간섭 없이 지원받을 수 있고, 연구개발 서비스(재료, 장비, 시험분석, 정보분석 등)를 언제나,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연구환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연구자는 연구과정 및 결과를 공공자산으로 환류하고 그 결과(찬사와 비판)에 대해 책임지는 연구환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획기적인 연구지원시스템 마련

창의‧혁신 연구사업 만큼은 획기적인 연구지원 시스템의 적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창의‧혁신 연구를 지원하는 예산은 Block Fund 형태로 한국연구재단에 기금화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연도별 예산을 무조건 소진하지 않고 창의・혁신 과제를 찾지 못하면 남은 예산을 이월하여 다음해에 계속해서 연구자를 물색할 수 있고 수시로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창의‧혁신 연구과제로 선정되면 연구비 규모도 연구자가 제시하고, 결과보고 형식(보고서, 시제품, 논문 등), 시기(분기, 반기, 월간 등), 분량 모두 연구자가 원하는 대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연구비도 총액이 정해지면 연도별, 비목별, 세부항목별 연구비 집행은 연구책임자 재량에 두고 연구 중간에 연구비 증액도 가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최초 연구자가 정해진 기간 동안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지금까지의 성과를 점검하여 공개하고 이어서 완성할 사람을 찾아 계속 지원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이어달리기 연구가 가능해야 할 것이다.3) 연구비는 적게 연구기간은 길게 지원하는 과제와 연구기간은 짧게 연구비는 크게 지원하는 과제로 구분하여 지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4) 마지막으로 이 사업만큼은 철저히 PM(Project Manager) 중심의 PM(Project Management)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우수 인재를 지속적으로 Recruit해서 국내로 공급하듯이 PM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을 지속적으로 Recruit하여 적임자로 판단되면 PM제량으로(해당 PM이 Recruit 한 Candidate를 별도의 위원회에서 평가하는 절차를 두면 기존과 같아짐) 연구비를 지원할 수도 있어야 창의・혁신 연구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재단 내부 역량에만 의존하는 폐쇄형 R&D관리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으므로 연구관리에 Open Innovation 개념 도입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Fast Follower에서 Innovator로 거듭나야할 시기에 직면해 있다. 혁신적 성과는 지금까지 아무도 보여주지 못했던 개념과 기술을 창출해 낼 수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흐르는 물에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연구자를 믿고 기다리는 정부 연구개발사업 연구생태계의 작은 변화를 기대해 본다.

3) 당초부터 도전・혁신 연구였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사례이고 계속지원 여부, 연구진
보강 여부, 중단 여부, 이어달리기 여부 등은 권한 있는 공식 위원회에서 검토하고 결정.
4) 일본에서 천문 우주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적은 연구비를 길게 지원받은 사례이고,
줄기세포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지방대에 있는 사람을 도교대에 대려다
연구비를 올인 한 사례로 알려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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